‘띠디디디 띠디디~’
지난해 11월 15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보건소 정나혜 주무관의 휴대폰에 이런 알림소리와 함께 긴급 문자가 떴다. 고양시 풍동에 사는 치매환자 김모(91)씨가 거주지로부터 10㎞ 이상 벗어났다는 내용이었다. 정 주무관은 즉시 이 사실을 김씨 부인에게 알렸다. 다행히 두 부부가 함께 외출 나온 게 확인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김씨 안전을 확인하기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김씨의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신고 있던 ‘꼬까신’을 통해서였다.
김씨 부인은 “신속하게 연락이 오는 걸 보고 놀랍기도 하면서 믿음이 갔다”며 “늘 치매에 걸린 남편이 길을 잃을까 봐 걱정이었는데 ‘꼬까신’ 덕분에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고양시의 ‘치매어르신 스마트슈즈 꼬까신’이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스마트슈즈 꼬까신’은 치매노인의 실종예방을 위한 신발형 배회감지기다. 신발을 착용하면 미리 설정한 안심존을 벗어날 때 자동으로 문자가 발송된다. 기존 손목에 차거나 목에 거는 형태의 것이 아닌 최초의 신발형 배회감지기다.
고양시는 ㈜스마트메디칼디바이스와 손잡고 자체 개발한 꼬까신(시중가 12만원)을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저소득층 치매노인 50명에게 무상 보급했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6,17년 지역 SW융합제품 상용화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화됐다.
꼬까신은 무엇보다 실종 상황에서 치매노인의 소재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신발 밑창에 탑재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현재 위치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환자가 미리 설정한 안전구역을 이탈하면 보호자나 시 보건소 직원에게 이를 알리는 기능도 있다. 전국적으로 치매환자가 늘어나는 추세(2017년 기준 706만6,201명)로,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게 고양시의 설명이다. 고양시 치매환자 수는 1만1,475명으로, 매년 130~190건 정도의 실종 사고가 일어난다.
꼬까신처럼 배회감지기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배회감지기를 보급 받은 치매노인 중에 실종 신고 된 30명 모두 안전하게 귀가했다. 배회감지기 착용 치매 환자의 평균 발견 소요 시간은 1.7시간으로, 전체 평균 발견 소요시간(11.9시간)보다 훨씬 짧았다. 배회감지기가 실종자 발견 시간을 확 줄여 사고를 막는 데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신발의 품질도 시중 제품에 견줘 손색없다. 세련된 디자인과 보온성까지 갖춰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색상은 블랙, 그레이, 베이지 3가지다. 시는 신발 보급 후에는 어플리케이션 사용법 등을 교육해 활용을 높이고 있다. 저전력 방식이라 배터리 1회 충전 시 2~3일간 사용이 가능하다. 별도 사용료도 없다.
성과도 인정받고 있다. 이 사업은 2018년 고양시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에 이어 같은 해 행정안전부 주관 정부혁신 경진대회 최고상인 대통령상까지 수상했다.
시는 호응이 뜨겁자 올해 꼬까신 100족 이상을 보급 할 계획이다. 대상은 저소득 층을 우선해 배회 위험률이 높은 거동 가능 치매 노인이다.
시 일산동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개인별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이동예상 경로까지 파악해 더욱 빠른 대응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국가 치매노인 실종 예방사업의 모범 사례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